제주 해녀는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생계를 이어가는 전통 직업군으로,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바다 이면에는 해녀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질병이 존재합니다. 특히 ‘숨병’이라 불리는 특유의 호흡기 질환은 수면 아래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노동하는 해녀에게 매우 치명적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주 해녀들이 주로 앓는 질병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건강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해 봅니다.
1. 제주도의 해녀 문화와 노동 환경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해산물을 채취하며 생계를 유지해 온 독특한 해양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녀’는 이 지역의 대표적 상징으로, 현대 산업화 시대에도 여전히 그 존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녀들은 산소통 없이 잠수하는 ‘나잠’ 방식으로 물질을 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물속을 오르내리는 고된 노동을 반복합니다. 대부분의 해녀는 중장년층 여성이며,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물질을 배우고 수십 년에 걸쳐 경험을 쌓아온 숙련자입니다. 이러한 환경은 매우 혹독한 노동 조건을 만들어냅니다. 여름에는 강한 햇빛과 높은 수온, 겨울에는 차가운 바닷물과 거친 파도와 싸워야 하며, 매번 잠수 후 수면으로 올라올 때 발생하는 급격한 압력 변화는 신체에 큰 부담을 줍니다. 게다가 물질 중 발생하는 사고나 장비 부족, 노후화된 보호 장비 사용 등은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해녀들의 노동 환경은 단순한 직업을 넘어서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고위험군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해녀가 앓는 주요 질병 ‘숨병’
‘숨병’은 해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어 온 특수 질환으로, 의학적으로는 ‘폐기종’이나 ‘잠수병’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이 질환은 바닷속에서 무산소 상태로 장시간 활동하는 해녀들에게 흔히 발생하며, 점차 호흡이 힘들어지고 기침, 숨 가쁨, 흉통 등을 동반합니다. 특히 숨병은 육지에 올라온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며, 심한 경우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지는 심각한 폐질환입니다. 숨병은 장기간 잠수를 반복하면서 폐포가 손상되고 폐에 공기가 갇히는 현상이 누적되어 발생합니다. 산소 부족 상태에서 반복되는 고강도 노동, 수압 차이로 인한 기체 분리, 체내 가스 팽창 등의 생리학적 변화가 원인이 됩니다. 또한, 병원 진단에서도 명확한 이름이 없거나 경미하게 판단되는 경우가 많아, 해녀들 스스로 “숨이 잘 안 쉬어진다”며 고통을 호소할 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의료적 지원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해녀들은 대부분 노년층으로, 병원 방문이 어렵거나 비용 문제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건강검진과 전문적 진단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3. 해녀 건강 문제의 원인과 대책
해녀 건강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직업 환경의 특수성’과 ‘사회적 안전망 부족’에 있습니다. 수면 아래에서 장시간 무산소 상태로 작업하는 것 자체가 신체에 큰 부담을 주며, 연령대가 높은 해녀일수록 회복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질병 발생률이 높아집니다. 또한 대부분의 해녀가 개인적으로 활동하며, 단체나 조합을 통한 체계적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해녀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선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합니다. 첫째,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숨병 관련 전문 진단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는 단순한 검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치료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셋째, 장비 개선과 노동시간제한 등 작업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해녀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후속 세대에게도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현재 해녀의 평균 연령은 60대 후반으로, 젊은 세대의 유입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교육과 훈련 시스템을 통해 안전한 해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질병 예방 중심의 정책이 시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해양 문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
제주 해녀는 한국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독특한 직업군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건강은 바다만큼이나 깊은 위협 속에 있습니다. 특히 ‘숨병’과 같은 특유의 질환은 조명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해녀의 삶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정책적·의료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제는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문화를 위해 함께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