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이라는 용어는 익숙하지만, 그 안에 포함된 치핵, 치루, 그리고 기타 항문 질환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단순한 불편함으로 넘기기 쉬운 항문 질환은 증상과 치료 방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구분과 감별이 필수입니다. 이 글에서는 치핵, 치루, 치질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자가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치핵: 가장 흔한 치질의 형태
치핵은 항문 내 혈관조직이 부풀어 오르며 발생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치질입니다. 우리 몸에는 항문을 조이는 역할을 하는 혈관 쿠션 구조가 존재하는데, 이 부위가 반복적인 압력과 혈류 이상으로 인해 부풀거나 늘어지면서 치핵이 생깁니다. 흔히 ‘치질’이라고 하면 대부분 치핵을 의미합니다. 치핵은 크게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뉩니다. 내치핵은 항문 안쪽에 생기며 통증이 적고 출혈이 주 증상입니다. 반면, 외치핵은 항문 바깥쪽에 생기며 통증과 부종이 심하고, 딱딱한 덩어리처럼 만져지기도 합니다. 치핵은 변비, 장시간 앉아있는 생활, 임신, 과도한 음주나 맵고 짠 음식 섭취 등 다양한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온수 좌욕, 식이섬유 섭취,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며, 중증일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치루: 항문선 감염으로 생긴 고름길
치루는 항문과 직장 사이의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서 고름이 터져 생긴 통로(누공)가 만들어지는 질환입니다. 주로 항문샘에 세균이 침투해 생기며, 심한 경우 피부까지 고름이 흘러나오게 됩니다. 치루는 치핵보다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지만, 훨씬 더 만성적이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초기에는 항문 주변이 붓고, 열이 나며, 통증이 발생하는 항문 농양 증상이 먼저 나타납니다. 이후 고름이 피부를 뚫고 배출되면서 농양이 가라앉는 듯 보이지만, 이는 치루로 진행된 상태입니다. 치루가 형성되면 고름이 반복적으로 나올 수 있으며, 염증과 통증이 만성화됩니다. 치루는 자연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며, 대부분 수술로 누공을 제거해야 합니다. 단순 치루와 복잡 치루로 구분되며, 수술의 난이도와 회복 기간도 그에 따라 달라집니다. 항문 기능을 유지하며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전문 항문외과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치질: 치핵·치루·치열을 포괄하는 개념
‘치질’은 정확히 말하면 하나의 특정 질환이 아니라, 항문 주변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환의 총칭입니다. 우리가 흔히 ‘치질이 있다’고 말할 때는 보통 치핵을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치핵, 치루, 치열 등 다양한 항문 질환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입니다.
치질이라는 용어가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되다 보니, 자가진단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증상을 추정하다가 정확한 병명을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치루는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치핵과의 감별이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감별 진단이 필요합니다:
- 선홍색 출혈, 통증 없음 → 내치핵 가능성
- 통증 + 딱딱한 덩어리 → 외치핵 가능성
- 반복적인 고름 배출, 만성 통증 → 치루 가능성
- 배변 시 찢어지는 듯한 통증 → 치열 가능성
정확한 감별은 전문의 진료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항문 부위에 이상 증상이 1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연고 사용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빠른 회복의 길입니다.
결론
치질은 단일 질환이 아닌 치핵, 치루, 치열 등을 포함한 항문 질환의 총칭입니다. 각각의 질환은 증상과 원인이 다르므로, 올바른 감별과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증상만으로 자가 판단하지 말고, 1주 이상 불편함이 지속되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세요. 조기에 치료하면 수술 없이도 회복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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